아카데미를 휩쓴 영화 '기생충'의 배우 박소담, 영원한 디바이자 몇 년 전 '환불원정대'로 건재함을 입증한 가수 엄정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손현주는 모두 '이 병'을 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자 유독 '과잉 치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암, 바로 갑상샘암이다.

갑상샘은 나비 모양으로 목 앞쪽 가운데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이다. 크기는 작지만, 갑상샘은 갑상샘 호르몬을 분비해 전신의 대사 활동을 조절하는 ‘인체의 보일러’다.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이 원활히 뛰고,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모두 갑상샘 호르몬 덕분이다.

갑상샘에 생기는 갑상샘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암으로 꼽힌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샘암은 2019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남녀 환자가 많아서 15~34세의 인구 10만 명당 갑상샘암 발생률(36.49명)은 2위 유방암(5.17명)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갑상샘암의 종류와 특징은?

갑상샘암은 발생 위치와 암의 분화 정도에 따라 세분된다. 

우리나라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유두암과 여포암이다. 이 둘을 한데 묶어 갑상샘 분화암이라고 부른다. 이들 모두 갑상샘 호르몬을 만드는 여포 세포에서 발생한 분화암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두암은 우리나라 갑상샘암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암의 진행속도가 느리고 치료 예후도 모든 갑상샘암 중 가장 좋다. 갑상샘암이 '거북이 암' '착한 암'이라 불리는 이유다. 

유두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여포암은 전체 갑상샘암의 2~3%를 차지한다.  이 역시 약 90%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는 ‘최소침범형’으로 수술로 비교적 깨끗이 없앨 수 있다.

반면에 치료가 까다로운 '나쁜 갑상샘암'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분화암(역형성암)이다. 미분화암은 유두암, 여포암 등 갑상샘 분화암이 오래 방치될 경우 분화의 방향이 역전돼 발생한다. 전체 갑상샘암의 1% 정도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 진단과 동시에 4기로 분류될 만큼 예후가 불량하다. 

갑상샘 분화암과 '태생'이 다른 수질암도 치료가 어렵다. 수질암은 여포세포가 아닌 C세포(칼시토닌 등 호르몬을 만드는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발생한다. 전체 갑상샘암의 1% 가량에 불과하지만, 다발성인 경우가 많은 데다 전이·재발이 잘 되는 특징이 있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갑상샘 엽(반)절제술과 적극적 감시 요법의 장단점 비교. 사진=대한갑상선학회 홈페이지 캡쳐
갑상샘 엽(반)절제술과 적극적 감시 요법의 장단점 비교. 사진=대한갑상선학회 홈페이지 캡쳐

갑상샘암의 치료 전략

갑상샘암의 전통적인 치료법은 수술과 방사성요오드 치료다. 

수술은 갑상샘 중 암이 있는 부위를 절반(엽절제술) 혹은 전체(전절제술)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암이 전이됐을 땐 주변 림프절도 함께 절개한다. 과거에는 전신마취 후 목 중앙을 4~8cm 가량 절개했지만, 최근에는 옆 목 쪽의 3cm가량만 절개하거나 겨드랑이·유두·구강으로 로봇팔을 넣어 흉터를 줄이거나 없앤 최소침습 수술이 활발히 개발·적용되고 있다.

방사성요오드 치료는 요오드를 축적하는 갑상샘 고유의 특징을 활용한다. 방사성요오드는 일반 요오드와 화학적으로 동일하지만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수술 후 남은 갑상샘암 세포에 방사성요오드를 축적하면 잔존하는 암세포까지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다만, 갑상샘암이라고 무조건 즉시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6~12개월 간격으로 초음파나 갑상샘 호르몬 검사를 통해 경과를 관찰하다가 크기가 커지거나, 암세포가 전이된 경우 수술하는 이른바 '적극적 감시 요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유는 있다. 갑상샘암 중에서도 크기가 1cm 이하의 미세 갑상샘 유두암은 진단 당시 전이가 동반되지 않았다면 사망률이 '0'에 가깝다. 암 환자지만 암 때문에 죽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암 수술을 받고 목소리 이상 등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갑상샘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하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 좋지 못한 선택일 수 있다.

최근 갑상샘암 환자의 증가는 미세 갑상샘 유두암의 진단율 상승와 관련이 깊다.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암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됐고 전체 갑상샘암 환자가 덩달아 늘었다.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이러니하게 조기 진단이 '과잉 치료' 논란을 촉발하게 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수술-방사선 요오드'란 일률적인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 감시 요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기관 메타 분석에서 미세 갑상샘 유두암에 적극적 감시 요법을 적용한 결과 5년 간 3mm 이상의 크기 증가는 5.3%, 림프절 전이는 1.6%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 특이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갑상샘학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 등 국내 11개 의료 기관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미세 갑상샘 유두암에서 적극적 감시 요법과 갑상샘 엽절제술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갑상샘암 환자에게 올바른 치료 방향을 알려줄 '나침반'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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